플라스틱 즉석밥 용기는 재활용품인가, 아닌가. 환경부 지침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세척 후)이지만 현장에서는 재활용품이 아니다. 용기에 산소를 차단하는 필름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품 수거업체에서는 즉석밥 용기를 가져가지 않는다. 즉석밥 용기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그렇다고 즉석밥 용기를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 플라스틱과 섞지 않고 즉석밥 용기만 모아서 다른 공정을 거쳐야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처지에서 즉석밥 용기는 골칫거리다. 주민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내놓고 업체는 일반쓰레기라서 거둬가지 않는다. 공용공간에 쓰레기가 쌓일 수밖에 없다. “즉석밥 용기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달라”고 안내하다 지친 관리소장 앞에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와 CJ제일제당이 나타났다.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LH아파트 5개 동에 즉석밥 용기 수거함을 설치했다. 수거함에 모인 용기는 센터가 일주일에 한 번씩 거둬간다. 용기를 깨끗이 씻고, 비닐을 벗기고, 건조해서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는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용기를 가루로 만드는 파쇄기는 CJ제일제당이 센터에 제공했다.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가 즉석밥 용기를 세척 후 건조하고 있다. 건조된 용기를 파쇄기에 넣고 가루 상태로 만든다.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가 즉석밥 용기를 세척해 파쇄기에 넣고 있다.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

센터는 지난해 4월부터 CJ와 함께 ‘즉석밥 용기 회수 사업’을 진행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세 곳과, 마산종합사회복지관(마산합포구 대내동), 골든스위트(마산합포구 월영동) 등에 지난해 9월 수거함을 설치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포동 LH아파트에서 용기 처리 때문에 곤란해 하는 것을 봤다.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가 마산합포구 가포동 LH아파트 5개 동에 설치한 즉석밥 용기 수거함.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

김갑숙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 재활용사업담당 사회복지사 대리는 지난 3월 14일 이곳에 수거함을 설치했다. 초반에는 주 400~500개 정도이던 수거 실적이 이달 들어 부쩍 늘었다. 아파트 관리소 홍보 덕에 약 1200개를 일주일 만에 모았다. 지금까지 모은 용기는 전부 가루로 만들어서 센터에 보관 중이다. 보관 장소는 아직 여유 있다.

이 가루가 당장 상업 용도로 쓰이기에는 일러 보인다. 고청훈 CJ제일제당 ESG센터 환경전력팀 부장은 “상업 용도로 쓰기에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콘서트 응원봉이나 물류센터 상자 등을 만들 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용기도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고청훈 부장은 “즉석밥 용기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인식이 많아 일반 쓰레기로 많이 버리는데 재활용하기 까다로울 플라스틱일 뿐”이라며 “시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즉석밥 용기 재활용에 관심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다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