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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전국 첫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공급' 14개월...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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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6-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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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김해시 민간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졌다. 김해시가 다회용기 세척시설을 설치해 전국에서 처음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공급' 정책을 시작하고, 소상공인에게 재사용 아이스팩을 지원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두 가지 사업을 병행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63t 줄어들었다. 이 정책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책이 구체화돼 실행되기까지 비결을 들어봤다.

◇장례식장 5곳 다회용기 공급 시범사업, 플라스틱 쓰레기 39t 감소 = 2023년 5월 말 현재 김해지역 민간장례식장(시범사업 5곳)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 장례는 약 1100건이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39t 줄였다. 또 폐아이스팩을 세척해 재사용함으로써 플라스틱 쓰레기 24t이 감소했다.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탄소 174t을 줄여 30년생 소나무 2만 6000그루를 심은 효과와 맞먹는다.

시는 지역 모든 민간장례식장(14곳)과 협약을 하고 풍유동에 임시 세척시설을 구축했다. 현재 장례식장 5곳(한솔장례식장, 김해시민장례식장, 진영하늘재장례식장, 누가병원장례식장, 조은금강병원장례식장)과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풍유동 임시 세척시설(약 59평)은 5만 8000개 다회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장례식장에 78만 개(누적) 다회용기를 유상 공급했다.

시는 늘어나는 다회용기 수요를 충족하고자 안동에 다회용기 세척 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 이 시설은 지난해 12월 착공해 이달 중 준공 예정이다. 지상 1층, 연면적 422㎡(130평) 규모다. 현재 임시 세척 시설(195㎡)보다 연면적이 2배 이상 늘고, 다회용기 세척 라인도 3개로 늘어난다.

안동 시설이 가동되면 하루 세척량도 많아진다. 임시 세척 시설에서 하루 3600개 세척하던 것에서 하루 1만 1000개로 3배가량 늘릴 수 있다. 별도 아이스팩 세척 라인도 생겨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수거·살균 처리해 소상공인 등에게 월평균 3300개를 무상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김해시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한상 차림. /김해시김해시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한상 차림. /김해시

◇성공 비결은 세심한 행정·부서 협업 =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은 지자체가 시작하기 힘든 사업이라고 박세규 자원순환과 자원재활용팀장은 밝혔다. 세심한 행정 절차와 부서 협업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이 사업은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공급해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문화를 선도하고 저소득층 자활 참여자에게 자활 기회와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목적이 있다. 사업자명은 '온새미로(언제나 변함없이)'이며 다회용 식기 임대서비스업이다. 운영기관은 김해지역자활센터 세척사업단이다.

지난해 풍유동 임시 세척시설에는 자활 근무자 12명이 고용됐고, 올해 안동 세척시설이 가동되면 22명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예정이다.

시는 2021년 8월 민간장례식장 14곳과 협약하고 12월 사업장을 임차해 2022년 3월 3개 장례식장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폐아이스팩 세척사업은 4월부터 진행했다. 총사업비는 12억 원(국비 8억 4000만 원, 시비 3억 6000만 원)이다. 초기 세척시설(임차) 구축에 3억, 세척센터 건립에 9억 원이 들었다. 모자라는 사업비는 현재 시비를 투입 중이다.

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서 협업과 지역단체 지원을 받아 해결책을 모색했다.

자활센터 내 운영비가 부족하자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탄소중립 실천·지역상생 업무협약을 해서 지정후원금을 1억 원(차량·세척사업 물품구입비), 2000만 원(아이스팩 사업 용역수입) 두 차례 지원받았다. 다회용기 구입비가 필요할 땐 국제로타리와 협약을 맺고 후원금 3000만 원으로 다회용기 1500세트를 구입했다.

다회용기 세척시설 임차료 1억 원을 지급하고자 사회복지과와 협업했다. '김해시 사회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개정'으로 임차료 1억 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사업 운영상 다회용기가 다량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은 자본 보조로 다회용기 구입이 예산 목적 외 사용에 해당되자, 다회용기 구입 포함을 내용으로 하는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해서 환경부 승인을 받아냈다.

또 다회용기를 공급할 때 수납 공간이 부족해지자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수납장을 설치했다. 자활센터 노동자 관리·운영 전담 인력도 필요해져서 전담관리자(기간제노동자) 1명을 채용했다. 다회용 식기를 세척할 때 수돗물 얼룩이 생기는 걸 방지하고자 수돗물 정수장치까지 설치했다.

안동 다회용기 세척시설센터 터는 공원녹지과가 공공용지를 일반(상업용)용지로 변경할 방안을 찾아줘서 건립할 수 있었다.

박세규 팀장은 "장례 1건당 일회용품 폐기물 양은 쓰레기봉투(75ℓ) 10장(70㎏) 분량인데,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연간 쓰레기봉투(75ℓ) 2장(14㎏) 분량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2021년 14개 민간장례식장에서 치른 장례 2114건에서 폐기물 148t이 발생했으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연간 폐기물 118t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가 민간장례식장에 공급하는 다회용기 비용은 식기(1인분)당 400원으로, 민간장례식장이 플라스틱 식기 200인분을 8만 원에 구매했던 액수와 똑같이 적용했다. 그러나 안동 세척시설이 본격 운영되면 공급 가격을 재협의할 계획이다.

지난 8일 밀양시 관계자들이 김해시 풍유동 다회용기 세척시설 현장을 방문해 민간장례식장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행정을 설명 듣고 있다. /김해시지난 8일 밀양시 관계자들이 김해시 풍유동 다회용기 세척시설 현장을 방문해 민간장례식장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행정을 설명 듣고 있다. /김해시

◇지자체 잇단 벤치마킹…생활 속 탈플라스틱 시책 '속도' = 김해시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공급 사업은 확산 속도가 빠르다.

김태문 전 환경국장(현 기획조정실장)과 부서원들이 심혈을 기울인 이 사업은 2022년 정부혁신 우수사례(경남도 우수사례)에 선정됐고, 적극행정 공무원 수상도 이뤄냈다. 지난해 11월 말 충남 천안시와 부여군 등 다른 지자체로 전파·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창원시, 진주시로 정책이 퍼지고 있다.

시 정책을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 15곳이 벌써 김해를 다녀갔다. 8일에는 밀양시가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세척시설 현장을 직접 보고자 김해를 찾았다. 수많은 지자체가 플라스틱 감축 방안으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행정이라 문의 전화도 빗발친다.

올해 시는 지역 11개 초중고와 협약해 체육대회, 동창회, 시 관련 행사에 무조건 다회용기를 쓰게 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장유의 날 행사, 가야문화축제, 김해고 체육대회 등에서 이미 다회용기 사용을 실천했다.

ESG경영 기업·단체가 다회용기 구매 비용을 기부하면 다회용기에 회사 로고를 찍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안동 세척시설이 준공되면 장례식장에서 현재 사용 중인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활용하게 할 예정이다.

시는 다른 탈플라스틱 시책들도 본격화한다. 다회용기 사용과 폐아이스팩 재사용 말고도 공원묘원 플라스틱조화 근절, 투명 페트병 회수기 설치, 폐비닐류 분리배출 수거 정책을 시행한다. 폐비닐류 처리시설(열분해 등)을 설치하고자 6월 중 타당성조사를 한다.

홍태용 시장은 지난해 11월 말 "전국 지자체 다회용기 사업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김해는 2023년 역점사업으로 '생활속 탈(脫)플라스틱 추진 종합계획'을 추진해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1만 4700t을 줄여 탄소 4만 630t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수경 기자